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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금리 현상의 원인과 정책과제

송무학수 2007. 1. 16. 13:40
최근 들어 은행의 예금평균금리가 4.23%까지 떨어졌다.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이자소득세를 감안한 실질예금금리는 마이너스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는 은행에 돈을 맡길 경우 이자는 커녕 오히려 보관료를 물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20~30%에 달했던 고금리시대를 생각하면 가히 격세지감을 느끼지만 한편에서는 이러한 초저금리에 따른 걱정도 만만치 않다.

초저금리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보다도 넉넉하게 늘어난 유동성에도 불구하고 기업과 가계의 자금수요가 크게 감소한 데 있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부채비율이 축소되고 경제불확실성에 따른 설비투자가 감소하면서 기업의 자금수요가 크게 위축된데다 지난해 이후 부동산 안정대책과 가계대출 억제조치 등으로 가계의 자금수요도 전반적으로 줄어들었다. 최근에는 미국-이라크간 전쟁 가능성과 북핵 위협, 유가급등 등으로 국내증시가 침체되고 경기 또한 급속히 둔화되면서 부동자금이 은행으로 모여들고 있다. 그러나 마땅한 운용처를 찾지 못한 은행이 안전자산인 국공채를 집중적으로 매입하는 과정에서 시장금리가 급격히 낮아지고 예금금리도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우리 경제는 외환위기 직후 한때 30%대의 높은 금리수준을 시현한 때도 있었지만 외환시장이 점차 안정되면서 위기극복과 경제회복을 위하여 그 동안 저금리 기조를 일관되게 유지하여 왔다. 이같은 저금리 기조는 기업의 고비용 구조를 해소하여 경쟁력을 높이고 내수촉진을 통해 경기침체의 늪을 벗어나게 함으로써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데 크게 기여 해온 것이 사실이다. 또한 저금리 기조는 위기극복 과정에서 159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대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던 정부의 이자상환부담을 완화함으로써 재정건전화를 도모하는 데도 기여하였다.

그러나 금리수준이 장기간 지나치게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으면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우선 국민연금 등 각종 정부기금과 은행, 보험사 등 금융회사들이 자금운용에 큰 어려움을 겪게되면서 연금 또는 이자소득에 주로 의존하고 있는 노년층의 수입이 줄어들고 보험료율 상승으로 계약형 저축자가 불리해진다. 이와 함께 전세가 월세로 바뀌면서 무주택 서민계층도 큰 어려움에 봉착한다. 둘째, 한계기업이 시장에서 퇴출되는 것을 어렵게 하여 구조조정을 지연시킨다. 셋째, 저축유인을 줄여 국민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훼손한다. 넷째, 가계부채가 쌓이면서 개인파산이 늘어난다. 다섯째, 부동산 등 자산가격 버블 확대-붕괴과정에서 자칫 기업과 금융의 동반부실로 금융불안정과 부채 디플레이션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마지막으로 초저금리 현상은 금리를 정책수단으로 활용하여 경기변동에 대처할 수 있는 여지를 줄이기도 한다.

우리 경제는 아직 역동적이고 성장여력도 크다. 그러나 금리가 너무 낮으면 일본의 예를 보듯이 오히려 경제운영과 성장잠재력 확충에 불리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우선 금리가 적정수준에서 유지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동시에 초저금리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부동자금을 생산적인 부문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이를 위해 물가를 안정시키고 경제활동의 역동성을 높여 초저금리 현상을 초래하는 경제여건을 해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금리정책이 제약을 받는 상황에서 금리외의 여타 정책수단을 통해 자금이 실물경제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특히 경제전반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은행에 몰린 단기부동자금이 증권시장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다양한 간접투자 금융상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경제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제고하여 기업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투자의욕을 되살림으로써 기업 자금수요가 증대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겨레21, 2003. 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