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대한민국, 분배 우선 정책의 덫에 걸리다
원본: 야후!금융 -대한민국, 분배 우선 정책의 덫에 걸리다
성장이냐 분배냐 하는 문제는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줄기차게 논의되고 있는 중요한 이슈이다. 참여정부가 출범하면서 성장보다는 분배 쪽에 더 비중을 두겠다고 했으나 지금까지의 결과를 놓고 보면 분배를 강조하다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은 것이 사실이다. 성장이 먼저냐 분배가 우선이냐 하는 문제는 균형감각을 가지고 보아야만 하는 아주 중요한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분배이전에 분배할 경제적 산물이 없다면 분배를 할 것도 없다는 이야기라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동안 우리경제가 많은 성장을 해 오면서 제법 쌓인 부의 축적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그 쌓인 부를 이제는 지혜롭게 나누자고 하는 것이 분배를 주장하는 배경이며, 아직은 성장을 더해야만 우리경제가 안전하게 항해 할 수 있게 되고 그때 가서야 분배를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성장우선주의 사고이다.
과연 우리경제는 지금 어느 것이 더 신경을 써야만 할 것인가?
이렇게 나라의 문제가 늘 다른 시각에서 많은 이해당사자간에 얽혀 있을 때에는 가정의 일로 생각해 보면 의외로 쉽게 정리 될 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가족 모두가 합심해서 일구고 있는 가업이 제법 일어나자 가족들이 이제 번 돈을 더 많이 나누어 가지려고 할 때 부모나 가족들은 어떤 것이 가족들에게 더 많은 이익이 될 것인지를 계산해 보면 될 것이다.
지금까지 번 돈을 나누어 가지는 것이 나을 것인가 조금 더 허리띠를 졸라매고 부를 크게 해서 보다 큰 부의 분배를 가족들에게 할 것인가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럴 때는 가족들이 모여 앉아 부모님을 중심으로 해서 허심탄회한 대화가 가족 상호간에 이루어질 때 의견을 조율하고 합의점을 찾게 될 것이다.
국가도 마찬가지이다. 대통령을 중심으로 가족들이 대화를 나누는 분위기 하에서 어떤 정책을 선택하는 것이 우리 경제를 위해서 더 나은 것인가를 연구,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 이때 주의할 것은 역시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옆집의 사례를 분석하여 당장의 안위를 위해서가 아니라 한국의 미래를 위하여 더 나은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집안에서도 부를 분배하려면 의견이 다를 수 있고 다툼이 나는 법인데 나라의 경우는 더욱 복잡한 것이 당연하다.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미래를 위한 판단은 내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정책은 때로 역설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물가를 안정시키려는 정책이 오히려 공급 부족과 가격 폭등을 불러오고, 최저임금을 올리는 분배정책이 오히려 일자리를 줄여 실업자를 양산하기도 한다. 해고를 어렵게 하여 근로자를 보호하면 아예 고용을 늘리지 않는 사태도 발생한다. 아무리 좋은 목표를 가진 정책이라도 엉뚱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 바로 경제현상이다.
우리 경제도 지금 심각한 코드 정책의 함정에 빠져 있다. 국민의 정부에서부터 시작된 분배 정책의 역설적 결과가 바로 그것이다. 왜곡된 성장보다는 분배와 균형발전을 추구하며, 중산층을 끌어 올려 선진복지 사회로 가겠다는 정책이 얼마나 숭고하고 이상적인가. 그러나 과연 그 정책의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 분배와 형평의 이념이 독주했던 지난 수년간 양극화는 오히려 더욱 확대되었고, 나라 경제는 지금 침체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실제 우리 경제는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설비투자가 정체되어 한동안 높은 성장을 기대할 수조차 없게 되었다. 통계청 조사를 보면 스스로를 하류층으로 보는 가구가 45%를 넘었고, 지난 3년간에도 46만 가구나 증가하였다. 국민의 47%는 앞으로 신분상승의 가능성이 없다고 절망하고 있으니 분배정책이 오히려 양극화를 고착시킨 역설적 효과를 가져온 것이다.
집값 폭등에도 분배와 균형정책이 기여한 바 크다. 가진 자에 대한 세금 중과에 집착한 나머지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늘려야 하는 시장원리를 외면했기 때문이다.
최근 통과된 비정규직 보호법도 분배정책의 역설을 그대로 안고 있다. 임시직의 고용안정을 개선하려는 법안의 취지를 누가 힐난하겠는가. 그러나 결과는 오히려 소외계층에게 부메랑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임시직은 2년마다 전직(轉職)의 악순환을 거듭하고, 정규직은 오히려 줄어들게 될 것이다. 결국 실업은 늘고 양극화는 심화되어 이것 역시 나라의 내일을 어둡게 하는 복병이 될 것이다.
어디 이것뿐인가. 글로벌 추세에 역행하는 대기업 정책, 평준화만 고집하는 교육정책, 경직성이 강화되는 노동시장 등 사회 곳곳에 침투된 분배와 형평의 코드가 한국의 미래를 갉아먹고 있다. 대기업은 역차별적인 규제로 투자의욕을 잃었고, 생산성 낮은 분배지출로 정부 부채는 눈덩이처럼 늘어만 가고 있다. 나라에는 비전이 없고, 국민들은 경쟁력 없는 공교육을 버리고 이 땅을 떠나고 있다.
분배정책의 좋은 취지는 이해하나 그것을 시행하는 방법이나 시기가 문제가 된 것이다.
"성장 없는 분배는 없다"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더 얻고 있는 상황이다. 매년에는 새로운 마음으로 전체적인 한국경제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성장과 분배정책의 허와 실을 되짚어 보았으면 한다.
[이영권 명지대학교 겸임교수 및 세계화전략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