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산책

금융환경 변화와 중앙은행의 미래(1)

송무학수 2008. 5. 21. 10:55

 변명의 말

나는 34년동안 한국은행에서 일한 한국은행 출신이다.  "쓴 소리도 할 수 있는 소신파"라는 이야기도 들었으니 흔히 말하는 정통 한은맨은 아닐 터다. 그러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을 누구보다도 사랑하고 애끼는 심정에서 건설적인 비판과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는데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였다. 그럼에도 돌이켜 보면 내부에서는 흔히 일컫는 보상과 인정은 커녕 적절한 대접(?)을 별로 받지 못한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이에 대해 오히려 항상 스스로 뜻뜻하다는 생각과 자부심과 보람을 가지고 있다.

언젠가 어느 분이 내 블로그에 자주 들러셨다가 내가 한국은행에서 많은 연구를 하고 여러 권의 책도 집필했다는 것을 아셨는지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다. 

한국은행의 시대적 소임이랄까 바람직한 발전방향에 대한 글은 그런데 잘 올라오지 않더군요. 언젠가는 볼 수 있지 않을까 항상 기다리는 입장입니다.

그래서 나는 그때부터 항상 마음 속에 일말의 부담을 가지고 지금까지 지내왔다. 그러다가 나는 중앙은행의 미래에 관해서 논문을 하나 쓰기로 작정을 했다. 이것이 지난 2008년 4월 18일 한국경제학회 제2차 정책토론회에서 금융환경변화와 금융안정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글이다.

믿거나 말거나 이글의 원래 제목은 '중앙은행의 미래임을 이 자리를 빌어 밝힌다. 이제야 마음의 부담을 든다는 생각으로 누가 보거나 안보거나 이글을 수회에 걸쳐 올리기로 한다.

글 싣는 차례

요약

 

1. 머리말
2. 금융환경의 변화
3. 금융환경변화와 중앙은행의 역할
4. 몇가지 관련된 이슈
5. 금융환경 변화와 중앙은행의 대응전략
6. 자산준비제도
7. 정첵과제

요약
 

중앙은행의 미래(The Future of Central Babking)

함정호(S&R경제경영연구원장)

 

 

지금까지 선진국을 포함한 대다수 국가의 중앙은행은 물가안정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아 통화정책을 수행해 왔으며, 사실상 이러한 물가안정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함으로써 국민들로부터 많은 존경과 신뢰를 받고 있으며 상당한 정도의 독립성과 권한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금융환경이 급속하게 변화하면서 중앙은행은 정책수단의 부족과 이에 따른, 통화정책 역할의 제약 등으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그 동안 세계적인 저물가, 저금리 상황에서 발생한 과잉유동성은 부동산 등 자산가격 거품을 통해 자칫하면 신용경색과 금융위기, 나아가 부채 디플레이션을 야기할 우려가 없지 않다. 이러한 금융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책금리를 선제적으로 올려야 할 것이다. 그러나 수요측면에서 인플레이션압력이 없는 상황에서 금리를 선제적으로 인상하기 위해서는 경제주체뿐만 아니라 정치권, 재계, 정부당국과 같은 이해당사자를 설득해야 하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최근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따른 세계경제의 하방위험이 커지는 가운데 원유, 원자재, 곡물가격 등 공급측면의 충격까지 감안하면 중앙은행은 금리를 내릴 수도 올릴 수도 없는 딜레마에 봉착하고 있다. 금리를 올릴 것인가? 내릴 것인가? 아니면 현 수준에 동결할 것인가? 물론 현 수준 동결도 통화정책이다. 그리고 중앙은행 통화정책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물가안정이지 일자리 창출이나 경제성장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중의 과잉유동성, 경기침체 가능성, 그리고 공급측면의 충격, 최근 연준의 금리인하조치를 종합적으로 감안해 볼 때 기준금리를 수개월 이상 현 수준에서 동결하면서 금리동결도 통화정책이라고 계속 주장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현재 세계적 과잉유동성과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가운데 수요측면이 아닌 공급측면의 인플레이션압력이 강하게 작용하는 상황에서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을 통해 어느 정도까지 국내물가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인가? 이러한 상황에서 중앙은행은 과연 국내물가, 환율, 금융 안정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정책수단을 확보하고 있는가? 그리고 경제통합화와 개방화가 급속하게 진전되어 자본유출입이 자유로운 상황에서 중앙은행은 과연 국내 통화정책을 자주적으로 그리고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정책수단과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인가?

이러한 점에서 앞으로 중앙은행은 자신이 공급한 은행 및 비은행 금융기관을 포괄한 경제전체의 신용총량을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수단, 예를 들면 자산준비제도와 같은 혁신적인 제도적 장치를 설계해 내지 못한다면, 중앙은행이 지금과 같이 통화정책을 통하여 국민경제의 성장과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여지는 매우 좁아 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금리이외의 새로운 신용조절 수단을 확보하지 못하면 중앙은행과 독립적인 통화정책의 역할은 더 이상 설 땅이 없을 것이다.

중앙은행이 주어진 기본적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생존할 수 있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일찍이 이코노미스트지가 갈파한 바와 같이 “중앙은행의 역할을 제약하고 생존을 위협하는 요인들을 찾아내고 이에 사전에 대처하는 것”일 것이다.( 2008년 5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