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대로 느낀대로

새내기 경제학도들에게 보내는 글(경제학과장)

송무학수 2012. 3. 2. 21:19

여러분의 입학을 축하합니다.

신입생 여러분! 국립(법인) 인천대학교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특히 한창 뜨고(?) 있는 인천대 경제학과에 당당하게 진입하게 된 것을 크게 환영합니다.

꽃피고 새우는 봄이 오면 여러분들은 이제 어엿한 인천대 경제학과 학생이 되고, 경제학이라는 학문을 배우는 경제학도가 됩니다. 경제학도! 경제학도라는 말을 들으면 어쩐지 가슴이 뭉클하지 않나요?

경제학이란 지금 여러분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까? 스티븐 랜즈버그(Steven E. Landsburg)는 경제학이란 순수한 호기심을 가지고 수수께끼로 가득 차 있는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갈파한 바 있습니다. 참으로 멋있지 않나요? 일단 경제학이란 학문에 발을 담그게 되면 경제학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밖에 없답니다. 실로 수많은 사람들이 다시 태어나도 경제학을 택하겠다고 말하곤 합니다. 왜 그럴까요? 경제학은 다른 학문에 비해 특별한 매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특별한 매력에 대해서는 여기서 길게 이야기 하지 않겠습니다. 경제학을 배워보면 금방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경제학이란 학문이 모든 현실의 어려운 문제를 모두 풀 수 있는 마법을 가진 것은 분명 아닙니다. 최근의 글로벌 금융위기나 유럽의 재정위기 등 수 많은 난제가 쌓여있고 기존의 경제학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오늘날 근대경제학을 중심으로 한 주류 경제학적인 관점만을 통해서는 이해할 수 없는 불편한 진실도 많습니다.

여러분들도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경제학에서는 경제주체를 이기적(selfish)인 호모 사피엔스(sapiens)로 가정하고 있습니다. 아담스 미스(Adam Smith)는 개인의 냉혹한 이기심의 추구가 자본주의적 사회관계에 의해 도덕적인 선 혹은 공동선으로 전환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우리가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것은 정육점 주인이나 빵집 주인의 착한 마음이나 사랑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이기심 추구의 결과라는 유명한 이야기는 스미스 주장의 가장 좋은 예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지나친 이기심의 추구는 경제영역인 아닌 사회영역으로 들어가면 적지 않은 다른 사람들에게 해악을 끼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리는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냉혹한 이기심의 추구를 주축으로 하는 시장 자본주의는 결코 스스로 잘못된 것을 조절해 가는 제도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 자본주의가 잘 기능하고 작동하는데 꼭 필요한 제도를 만들기 위해 의식적이고 정치적인 노력이 필요하듯이 지나친 이기심의 추구가 궤도를 이탈하여 다른 부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개입이 불가피하다고 생각됩니다.

경제학계 내에서도 근대경제학을 중심으로 하는 주류경제학과 마르크스를 포함한 비주류 경제학으로 나뉘어 서로를 잘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곤 합니다. 하나의 사상이나 이론이 세상에 현존하는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하지 못하듯이 어떤 류의 경제학도 모든 문제를 명쾌하게 한 칼에 풀 수 있는 마법을 가지고 있지는 못합니다. 따라서 무엇이 문제인지를 올바로 이해하고 바람직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기 위해서는 서로를 존중하며 균형되게 공부할 필요가 있습니다.

새로운 경제학도 여러분!

이미 잘 알고 있듯이, 어떠한 정책이나 제도가 시행될 때 그것이 모든 사람의 부나 행복을 동시에 증대시키는 것은 불가능하고, 어떤 부류는 유리한 혜택을 받는 반면 불리한 영향을 받는 부류도 있을 수 있답니다. 이 경우 불리한 영향을 받는 사람들 보다 유리한 혜택을 받는 사람들이 훨씬 많고, 그러한 유리한 혜택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충분히 보상할 수 있을 때에 비로소 그러한 정책이나 제도의 시행이 정당화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경제학도에게 요구되는 바람직한 자세를 늘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모름지기 경제학도는 겸손(Modest)하면서도 ‘차가운 머리(cold mind)’와 따뜻한 가슴(warm heart)’을 가져야 한다고 일찍이 알프레드 마샬(Alfred Marshall)이 설파한 바 있습니다. 이는 경제학도는 냉철한 이성으로 엄격한 현실분석을 통해 사실(facts)을 사실대로 말하고, 빈부격차 공해 재정부채 실업 등 여러 현실 문제에 대해 가슴으로 고민하면서 바람직한 정책대안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싱그로운 봄에 경제학도로서 새롭게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여러분들에게 하나만 꼭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여러분들이 혼자서만 공부하지 말고 그룹을 만들어 그룹스터디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들과 교류하고 섞이는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과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또 이를 통해 건전하고 균형 잡힌 자신의 생각을 정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동전에도 양면이 있듯이 어떤 주장과 사안에 대해서는 항상 두 가지 이상의 상이한 시각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과정에서 자신이 발전하고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될 수 있는 생산적인 자극을 받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어떤 학생이 선후배 동료 학우들과 별로 어울리지 않고, 혼자 강의 듣고 집과 학교만 오간다고 생각해 봅시다. 이 학생은 학창생활의 낭만과 추억도 없을 터이지만, 자신의 잠재력을 키우고 발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송두리째 포기하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학우들과 관계를 가지지 않고 혼자서 학창생활을 하다보면 별 자극을 받을 기회도 필요도 없게 되지요. 그렇게 되면 변해야 할 계기가 없기 때문에 늘 비슷한 생활을 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별다른 발전도 없게 됩니다. 여러분들이 강의 듣고, 책 읽고, 영화 보고, 세미나 참석하고, 유명한 분들의 강연을 듣고, 학우들과 생맥주를 마시는 이유는 바로 여러분이 더 발전하고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되는데 유리한 좋은 자극, 다시 말해 ‘상향적 충격’을 받기 위함입니다. 이러한 상향적 충격이야 말로 바로 여러분의 잠재력을 무한하게 발전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랍니다. 여러분이 젊고 유연한 사고를 가지는 학창시절에 이러한 생산적인 자극은 천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아주 귀중한 자산입니다.

여러분이 이러한 생산적인 자극, 상향적 충격을 통해 잠재능력을 크게 키울 수 있는 한 가지 좋은 방법이 바로 마음에 맞는 선후배 동료 학우들과 그룹스터디를 하는 것입니다. 그룹스터디의 유익한 점은 참으로 많습니다. 같이 수강하는 과목의

내용을 잘 이해하고 잘 습득할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를 준비하는 데에도 크게 유리한 면이 많이 있습니다. 좀 더 본격적인 동아리 참여를 원하는 사람들은 경제학과에 구성되어 있는 UI금융경제연구회나 보노보 모임, 녹색성장연구회, 계량경제학 연구회 등을 알아보고 같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자주 열리는 각종 세미나 모임에서 여러분 스스로 관심주제를 준비해서 발표해 보고, 토론해 보고, 또 궁금한 것에 대해 물어볼 수 있는 아주 귀중한 기회와 경험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대학생활의 추억과 낭만은 모두 멋있고 오래 기억되지만, 여러 학우들과 많이 어울리고 부대끼면서 학창생활을 건강하고 성공적으로 보낸 사람들의 추억과 낭만은 더 아름답고 더 영롱하고 더 오래갑니다.

대학생활 4년은 짧지도 않지만 그리 길지도 않습니다. 대학생활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정해진 답은 없습니다. 아무쪼록 우리나라가 경제사회의 눈부신 성장과 발전을 이루면서도 성장의 과실이 공정하게 배분되어 살기 좋은 선진 복지국가가 되는 데 일익을 담당할 수 있는 경제학도, 겸손한 가운데 냉철한 머리와 따뜻한 가슴을 가진 진정으로 쓸모 있는 유능한 경제학도가 되겠다는 최소한의 목표를 가지고, 공부할 때는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놀 때는 신나게 놀 수 있는 멋있는 대학생활 보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경제학과 입학을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2012. 3. 2

경제학과 학과장 함정호